[소비자고발뉴스=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전 세계 50개 지역의 비만 관련 단체가 2015년에 세계비만연맹(WOF: World Obesity Federation)을 결성하고 3월4일을 세계 비만의 날(World Obesity Day)로 지정해 비만의 예방, 감소, 치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2023년 ‘세계 비만의 날’의 아젠다(agenda, 의제)는 <Let’s Talk About Obesity – Changing Perspectives>이며, 비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보자는 취지다. 세계비만연맹은 3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38%였던 과체중 또는 비만 인구 비율이 오는 2035년에는 51%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저소득 국가에서 비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세계비만연맹은 비만율이 높은 나라의 코로나(COVID-19) 사망률이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만에 대하여 코로나19에 못지않은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내외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득수준의 양극화(兩極化, polarization)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을 양산하고,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영양 부족이 아닌 과잉으로 인한 비만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제력 약화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 유발과 비만 위험 증가의 요인이 된다. 즉, 저소득 가정에서는 짜고 달고 기름진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에 의한 고(高)열량 저(低)영양 식이가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환경적 영향으로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갖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지난 1996년에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자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국제연구팀이 최근 란셋(Lancet)지에 게재한 연구 내용을 보면, 전 세계 188개국에서 과체중 또는 비만인 20세 이상 성인은 무려 21억명에 달했다. 이스라엘 마이츠만과학연구소는 인류 전체의 몸무게를 3억9000만톤(t)으로 추정했다. 대한비만학회(大韓肥滿學會)는 세계비만의 날을 맞아 유튜브 채널 <비만의 모든 것 with 대한비만학회>에서 비만 강의를 업로드(upload) 했다. 강의 내용은 △비만 현황, 질병으로서 비만 및 예방관리의 중요성(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건강식사, 저탄수화물 식사에 대하여(이연희 아주대학병원 영양교육파트장), △소아청소년 비만의 심각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홍용희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등이다. 또한 대한비만학회는 ‘세계비만의 날’ 기념 건강걷기대회(Fun & Walk)를 3월 4일(토) 오전 9시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서 개최했다. 참가 대상은 걷기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환영했으며, 걷기 구간은 우이동 만남의 광장을 출발하여 솔밭근린공원을 거쳐 만남의 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현장에서 대회 참가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혈압과 혈당을 체크했다. 중국 시안 근교에 있는 양귀비(楊貴妃) 석상은 풍만하고 농염한 미인으로 묘사했다. 중국의 학자들 고증에 따르면, 양귀비는 키 158cm, 몸무게 75kg 정도였다고 한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 값(m2)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를 계산하면 30.04로 지금 기준으로는 비만이다. 요즘은 살이 찐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더 큰 편이다. 즉 ‘게을러 보인다’ ‘의지력과 자제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인식하고 있다. 정상 체중은 체질량지수(BMI)가 18.5-23kg/m2까지를 말하며, 체질량 지수 18.5kg/m2이하를 저체중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체질량지수 25-30 kg/m2을 1단계 비만, 30 kg/m2이상을 2단계 비만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2018년 개정된 비만 진료지침에서는 30kg/m2 이상을 다시 2개의 단계로 세분화하여 30-35kg/m2를 2단계 비만, 35kg/m2 이상을 3단계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복부비만(腹部肥滿)을 진단하는 허리둘레의 분별점은 인종,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추세이다. 대한비만학회에서는 복부 비만을 허리둘레가 남자는 90cm 이상, 여자는 85cm 이상으로 정하였다. 현재 허리둘레가 95cm이상이면 남녀에 관계없이 복부비만이다. 일반적으로 비만은 일차성 비만과 이차성 비만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의 90% 이상으로 대다수의 비만이 해당되는 일차성 비만은 에너지 섭취량이 에너지 소모량보다 많은 상태에서 체지방(體脂肪)이 증가하여 발생한다. 이차성 비만은 유전, 내분비질환(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 다낭성난소증후군, 인슐린종(insulinoma) 등), 약제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차적 원인에 의한 비만인 경우 정확한 원인 감별과 치료를 통하여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 일차성 비만의 발생은 식습관, 생활습관, 연령, 유전적 요인 등의 다양한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기에 뚜렷한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된 원인은 과도한 음식 섭취로 인한 칼로리 과잉과 상대적인 활동량 감소로 인한 에너지 소모량 감소이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지방 함유량이 많은 음식의 잦은 섭취는 비만의 원인이 된다. 특히 정크푸드(junk food, 패스트푸드)는 체중증가 뿐만 아리라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단순당(單純糖, simple sugar)의 과도한 섭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분은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과도한 당분의 섭취는 지방 축적의 원인이 된다. 특히 어릴 때 당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점차 중독성(中毒性)을 나타내어 당분을 더 많이 섭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인들도 단순당을 음료와 다양한 음식 형태로 섭취량이 늘고 있다. 탄수화물(특히 단순당)을 과잉 섭취할 경우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HDL-콜레스테롤은 감소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짧은 식사 시간(빨리 먹는 행동)도 비만의 한 가지 요인이다. 식사 중 뇌의 포만 중추가 충분히 자극되면 포만감(飽滿感)을 느끼고 식욕이 떨어지게 되어 있으나, 음식을 빨리 먹게 되면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너무 많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되어 과식의 위험이 높아진다. 비만은 비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비만인 사람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관상동맥질환 1.5-2배, 고혈압 2.5-4배, 당뇨병 5-13배 발생위험이 높다. 암(위암, 대장암, 간암, 췌장암,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등)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소아 비만인 경우, 성장 속도를 늦추고 성조숙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나이에 따라 적정 체중은 다르다. 성인의 경우 BMI가 23 정도일 때 사망 위험이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비만인 사람은 차별과 불이익을 경험할 수 있다. 소아, 청소년, 청장년층에서 비만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과 우울과 불안이 관찰되며, 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건강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한 사람들은 뚱뚱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일이나 학업에 의욕을 잃게 되고 불안, 우울 등 정신과적인 문제가 생기기 쉽다. 또한 지나친 다이어트나 체형에 대한 집착으로 폭식. 신경성 식욕부진,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비만 중에서도 BMI가 35 이상이거나, BMI가 30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고도비만’ 환자는 체중이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요요현상(Yo-yo effect)이 쉽게 발생한다. 이에 비만인 혼자서 체중을 감량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전문적인 의료인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비만 환자의 54%는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통해 체중을 관리하고 있어 잘못된 다이어트로 인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만하면 대사적 이상이 없더라고 비만 그 자체로 인해 합병증이 동반된다. 이에 비만은 이환율, 장애발생률, 사망률 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저하시킨다. 여러 연구 보고에 따르면 5-10% 정도의 체중감량만으로도 비만과 관련된 질환, 합병증 등을 임상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적극적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비만 치료에는 행동치료, 식사치료, 운동치료, 약물치료, 수술치료 등이 있다. 식사조절, 운동 및 행동조절의 병합은 비만의 치료 및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약물치료나 수술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생활습관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체중조절은 평생의 문제이기 때문에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을 올바르게 하여야 한다. 비만치료를 할 때 식생활과 운동에 대한 심리적 영향을 고려하여야 한다. 왜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지, 왜 운동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각 개인에게 적절한 비만치료 목표, 프로그램, 전략 등을 수립한다. 또한 이러한 변화들을 수용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체중의 3-5%의 감량으로도 심혈관계 위험요소를 줄일 있다. 이에 처음 목표는 6개월에 5-10%의 체중감량이 적절하다. 비합리적인 목표 설정을 피하고, 부정적인 사고를 합리적인 사고로 대체시킨다. 체중감량은 눈앞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체중 감량 목표를 세워야 한다. 스트레스는 비만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비만의 재발에 중요한 예측인자로 작용한다. 물리적 또는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비만 환자들에게 폭식(暴食)이나 감정적 과식으로 연결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지켜 왔던 조절을 무너뜨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와 체중조절이아 유지를 깨 버린다.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은 긴장완화기법, 자기주장 및 의사소통 훈련, 문제해결훈련, 대인관계치료, 인지 재구조화 훈련 등 복합적인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개인 또는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치료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저강도의 중재(월 1회 이하) 효과는 일반적인 치료와 차이가 없으나, 중등도 강도(월 1-2회)의 중재 시 6-12개월에 2-4kg의 체중감량 효과 있으며, 높은 강도(6개월에 14회 이상)의 중재 시에는 체중 감량 효과는 더 크다. 최근 연구들의 결과는 치료 기간이 길고 프로그램의 강도가 클수록 체중감소의 효과가 크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고도비만의 체중 감량과 유지를 위한 치료법으로 비만대사수술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비만대사수술은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당뇨와 같은 고도비만의 동반질환 개선 효과가 뛰어나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는 지난 2016년 비만대사수술을 제2형 당뇨치료 표준 진료 지침에 포함했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대표적인 비만대사수술은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 위우회술이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해 시행된다. 2014년 국내 유명가수가 개인전문병원에서 주로 시행되던 조절형위밴드삽입술(AGB; Adjustable Gastric Banding) 후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이에 2014년 전체 비만대사수술 증 58%로 가장 많이 시행되던 위밴드삽입술은 매년 줄어 2017년 16.6%로 감소한 반면, 위소매절제술(SG; Sleeve Gastrectomy)은 매년 증가하여 2017년 56.3%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胃)밴드삽입술(AGB)은 위의 윗부분을 밴드로 조여 위의 크기를 줄여주는 수술이며, 수술은 간단하지만 수술 후 합병증으로 인해 밴드를 제거하는 재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위소매절제술(SG)은 ‘D자’형의 위의 만곡을 소매형태로 절제해 ‘I자’으로 만들어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면서, 식사량과 식욕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분비를 줄여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2-3일 만에 퇴원이 가능하며 합병증 발생이 적다. 루와이위우회술(Roux-en-Y Gastric Bypass)은 위의 맨 윗부분을 15-20cc 용량의 작은 주머니처럼 성형해 십이지장 아래쪽 소장(공장)과 연결해 적게 먹고 덜 흡수하게 만드는 수술법이다. 잘라낸 위와 십이지장도 공장에 붙여서 두 개의 관을 ‘Y자’로 공장에 연결한다. 루와이위우회술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장으로 가기 때문에 체중 감소는 물론 당뇨병, 고혈압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를 보인다. 비만대사수술은 수술 후 적절한 식이조절, 운동요법 등 지속적 관리가 병행돼야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비만 인구 중 78%만이 비만을 질병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전체의 83%는 비만을 개인의 의지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비만 관리를 위한 의료진 상담비율은 19%에 불과하다. 온 국민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비만 해결을 위해 비만인의 의지만 탓하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질병은 예방이 최우선인 것을 명심해야 한다. SGN pmy@sisaweekly.com <저작권자 ⓒ 소비자고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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