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조정?.···한은 "부동산 가격 더 오른다"
"임대차법 시행 2년, 전세 값 오를 것"
이정민 기자 | 입력 : 2022/06/17 [07:58]
[소비자고발뉴스=이정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나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영향으로 올해 주택 매매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대출도 임대차보호법 개정 후 2년이 도래하면서 신규계약 등으로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5월 경제전망'에서 "향후 주택매매가격은 정부의 세제 및 대출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기대감 등으로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 봤다.
주택매매가격은 2월 이후 보합세를 지속하다 최근 들어 소폭 오름세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월대비 전국주택매매 가격은 지난해 11월 0.6%, 12월 0.3%, 올 1월 0.1% 늘었다가 2월과 3월은 보합세를 보였다. 4월들어 다시 0.1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도 주택시장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로 3월(104), 4월(114)로 3월 이후 상승하고 있다.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낮으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주택 관련 대출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조2000억원) 보다 증가 규모가 축소된 4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이 1조1000억원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4000호로 전달보다 4000호 늘었고, 전세거래량은 4만5000호로 전달보다 2000호 줄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담대만 '나홀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자금으로의 유입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 대출은 과거 역대를 살펴 봐도 감소했던 적이 많지는 않다. 2004년 관련 속보치 작성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꺽였던 적은 2007년 5월(-1조원), 2012년 1월(-7000억원), 2013년 1월(-4000억원), 2014년 1월(-3000억원) 등 4차례가 유일하다. 감소폭 역시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주택관련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다음달 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지역,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하고, 대출한도도 4억에서 6억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대출 규제 정상화방안'을 마련했다.
한은은 올해 전세 가격도 오를 것으로 봤다. 오는 8월 세입자 보호를 위해 만든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을 앞두고 있다. 한은은 임대차보호법 2년이 지나는 8월이 되면 전셋 값이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전세 거래량은 올 1월 11만1000건, 2월 12만4000건, 3월 12만6000건으로 늘었다.
한은은 "하반기 이후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물량에 대한 신규계약 등으로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잇단 대출규제로 투자자들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몰리고 있는 점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올 1분기 부동산업 대출은 역대 두 번째로 가장 큰 폭 늘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업 대출은 346조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3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전분기(11조2000억원) 보다도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지난해 3분기(13조8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도·소매업(10조5000원→11조8000억원), 정보통신업(1조1000억원→2조7000억원), 숙박 및 음식점업(1조9000억원→2조5000원) 등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 됐다.
상업용 부동산 매입자금은 시설자금으로 잡히는 데, 전체 부동산업 대출의 60% 이상이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파악되고 있다. 1분기 부동산업 중 시설자금 대출액은 221조6000억원으로 전체 부동산업 대출의 64.1%를 차지했다.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설자금은 대부분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증가는 대출 규제가 아파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고,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70%까지 나오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개인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임대업이나 개발업 등 부동산 사업자를 내고 상업용 부동산을 투자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며 "수익률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다, 당국의 고강도의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대출이 가능한 상업용 부동산으로 투자처를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평균 투자 수익률은 1.83%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평균 투자 수익률 1.57%보다 0.2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분기별 통계가 집계된 2013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투자 수익률이다.
다만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는 등 상승폭이 커 주택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0%로 전월(3.84%) 보다 0.06%포인트 올라 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는 2013년 3월(3.97%)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은 "높은 대출금리와 주택가격 고평가 인식 등은 주택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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