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미숙 한예종 교수 "교육은 길잡이, 만들어 주면 안돼"
소비자고발뉴스 | 입력 : 2015/06/05 [10:44]
[SGN=하민주기자] 2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활짝 웃었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뉴욕 심포니 스페이스 극장에서 열린 '2015 발렌티나 코즐로바 국제무용콩쿠르'에서 한예종 학생이 무려 12명이나 입상했기 때문이다. 발레 부문 7명·컨템포러리 부문은 5명이었다.
이 콩쿠르의 컨템포러리 부문 심사를 마치고 전날 귀국해 피곤할 법도 한데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학생들이 참 열심히 해줘서 뿌듯하다"고 즐거워했다.
'현대무용계의 대모'다운 인자한 웃음이었다. 교육을 강요하지 않는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유명한 그녀는 제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미숙 무용단'의 '전미숙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Amore Amore Mio)'에 그녀의 제자이자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이 바쁜 틈을 쪼개서 출연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신창호, 차진엽, 김동규, 최수진, 김보라, 위보라, 박상미 등 2010년 이 작품 초연 때 출연한 무용수들이 그대로 나온다.
3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초연에 출연했던 이들은 5년 간 거물급으로 성장했다. 2010년 초연 때 출연했으나 해외 활동과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초연 무용수 김성훈, 최낙권을 대신해 최근 떠오르고 있는 현대무용계의 아이돌 스타 이선태, 정태민이 합류한다
당시 대중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순수 예술임에도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전 교수는 "함께 해준 무용수들이 훌륭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서 "올해도 함께 해주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아모레 아모레 미오'는 깨지기 쉬운 사랑, 이에 대한 두려움, 인내, 구속, 상처, 바람, 망설임 등의 다양한 감정을 여러 형태의 장면이나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흰 벽과 대비되는 검은 그랜드 피아노, 그 피아노 위에서 토해내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 다양한 뜻을 내포한 복잡한 감정의 춤이 볼 만하다.
"음악에 비해 무용은 일반 관객이 잘 보지 않으시죠. 특히 현대 무용하면, 어려워 하시잖아요. 발레보다 부담스럽고. 물론 작품을 구상할 때 일반 대중보다 무용을 접하는 관계자들을 생각하지만, 일반 관객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아모레 아모레 미오'는 관객과 감정의 공감대가 형성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아요. 관객 각자가 가지고 있는, 또는 지나온 시간의 사랑 형태, 감정들을 되짚어내고 끄집어내고 싶었죠."
특히 깨질듯 위태로운 사랑을 커피잔과 그 받침에 투영하고 그 둘이 부딪히는 소리로 감정을 극대화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오브제(추상적인 물체 모양으로 표현된 예술 작품)를 잘 활용한다는 얘기다.
"무용수의 움직임, 음악 등이 난해할 수 있는데 미학적인 오브제까지 합쳐지면서 한결 편안해지는 거죠. 일종의 종합예술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현대무용은 '컨템포러리'를 표방한다는 이유로 종종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있다. 전 교수는 "저는 '모던이다' '컨템포러리다'라는 생각은 굳이 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까'에 대해 더 고민하죠. '사랑'이라는 것 역시 모든 예술의 대표적인 주제지만 각자 사람마다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 개인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과 자연스레 결부될 수 있죠. 현대무용이 주로 고민하는 인간 부조리, 인간성 상실, 소통만 이야기하면 추상적일 수 있어요. 주제를 거창하게 잡으면 모호해져 어려울 수 있죠. 세계적인 문제도 역으로 개인에게로 들어가면 다시 사회적으로 나올 수 있어요."
전 교수가 또 유명한 것은 현재 가장 뜨거운 현대무용단인 'LDP 무용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대표를 단원들의 투표로 뽑을 정도로, 수평적 의사 소통으로 유명한 이 무용단 초기에만 힘을 보탰을 뿐 이후 자신의 제자였던 한예종 출신의 단원들을 믿었다.
"뭐든지 소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철학적인 건 없지만 '무엇을 가지려고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따라온다는 것'은 알고 있죠. 특히 창작은 교육과 반비례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본을 갖추기 위해서는 굉장히 센 기초 교육이 필요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 외의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거든요. 교육은 가이드나 길잡이가 돼야지 뭐를 만들어주려고 하면 안 돼요."
전 교수는 1998년 미국스타일의 현대무용을 국내 처음 도입한 육완순 안무가,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애순 예술감독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가 7명과 함께 '세계현대무용사전'에 등재된 바 있다.
앞으로 "만드는 작품마다 대중이 궁금증을 품고 기대하는 안무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5년 전과 90% 같다고 했지만 샛별 같던 무용수들이 기라성 같은 스타가 됐고, 전 교수의 무르 익은 노련함이 묻어날 '전미숙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5~7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만~5만원 S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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